은퇴 헬기 조종사의 첫 기억: 12월 계류장의 찬바람(40년 전 )

 


[30초 핵심 요약]

  • 육군 중위 시절, 전포대장 임무를 마치고 포병에서 육군항공으로 전과하여 만난 OH-23 헬기와의 강렬한 첫 만남을 기록합니다.

  • 20명 남짓한 동기들과 함께 퇴교의 압박과 혹독한 체벌을 견디며 비행 기술을 익혔던 6개월간의 사투를 담았습니다.

  • '빳다'와 '퇴교'라는 두려움 속에서도 조종간을 놓지 않았던 초심이 30년 비행 인생의 든든한 뿌리가 되었습니다.


서론

벌써 4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매년 12월, 살을 에듯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면 저는 어김없이 육군항공학교의 계류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당시 저는 육군 중위로서 전방에서 전포대장 임무를 완수하고, 조종사라는 새로운 꿈을 품고 육군항공으로 전과를 신청한 상태였습니다. 포병의 자부심을 뒤로하고 다시 교육생의 신분으로 돌아가 마주했던 헬리콥터는 설렘보다는 거대한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계류장을 훑고 지나가는 싸늘한 바람 속에서 제 인생의 항로를 바꾼 OH-23 헬기와의 첫 만남, 그 뜨거웠던 기억을 꺼내어 봅니다.




본론

## 육군항공학교 계류장에서 만난 첫 비행기, OH-23

12월의 계류장은 황량했고 바람은 매서웠습니다. 그곳에서 저는 처음으로 OH-23 헬기를 만났습니다. 지금의 세련된 기체들과 비교하면 투박하기 그지없었지만, 전포대장 시절 바라보던 하늘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줄 기체였습니다. 1개 기수 훈련생은 고작 20명 남짓. 모두가 각자의 부대에서 엘리트로 인정받던 이들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오로지 '비행 능력' 하나만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 했습니다. 처음 타보는 헬기의 좁은 조종석은 낯설었지만, 엔진이 가동되며 진동이 몸으로 전달될 때 비로소 제가 새로운 전장에 서 있음을 실감하였습니다.

### 퇴교의 압박과 6개월간의 사투

비행 교육 과정은 그야말로 '서바이벌'이었습니다. 총 6개월의 훈련 기간 중 초기 2개월은 OH-23 기종으로 60시간의 비행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이 기간이 끝나면 운명을 결정짓는 '솔로 평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여기서 통과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퇴교 조치가 내려졌고, 이는 군인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패배감을 의미했습니다. 솔로 평가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UH-1이나 500MD 기종으로 나뉘어 본격적인 조종사로 거듭날 수 있는 30시간의 추가 훈련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매 순간이 벼랑 끝에 서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 "엎드려 뻗쳐", 조종 실력과 맞바꾼 빳다의 기억

당시의 훈련 분위기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격하고 혹독했습니다. 조종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 않거나 작은 실수라도 범하는 날이면, 조종복을 입은 채로 계류장 바닥에 엎드려야 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빳다'가 수시로 날아왔습니다. 중위 계급장을 달고 매를 맞는 것이 때로는 자존심 상하기도 했지만, 하늘에서는 작은 실수가 곧 죽음과 직결된다는 것을 알기에 그 혹독함을 묵묵히 견뎌냈습니다. 빳다 자국이 아린 만큼 조종간을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고, 그렇게 저는 서서히 지상 위로 떠오르는 법을 익혀갔습니다.

### 조종사 후보생 시절의 훈련 체계 요약

당시 제가 거쳐왔던 육군항공 조종사 양성 과정의 핵심 내용을 아래 표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구분기간 및 시간주요 내용비고
기초 비행 단계2개월 (60시간)OH-23 기종 훈련 및 솔로 평가불합격 시 즉시 퇴교
전환 및 심화 단계4개월 (30시간)UH-1 또는 500MD 기종 분류 훈련기종별 특성화 교육
최종 평가교육 종료 시점비행 자격 심사 및 윙(Wing) 수여정식 조종사 임무 시작
훈련 분위기상시엄격한 위계질서 및 필요시 체벌정신 전력 및 집중력 강화

결론

40년 전, 11월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OH-23의 조종간을 잡았던 그 중위는 이제 30년 이상의 비행 경력을 가진 베테랑이 되어 지상에 내려와 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혹독했던 '빳다'와 '퇴교'에 대한 공포가 저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비행은 단순히 기계를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책임감을 배우는 과정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무사고로 하늘을 지킬 수 있었던 힘은 바로 그 추운 계류장에서 다졌던 초심에서 나왔다고 믿습니다.
이제는 블로그라는 새로운 활주로에서, 그때의 열정을 잊지 않고 저의 비행 일지를 계속 써 내려가고자 합니다.


육군항공 조종사 교육 관련 Q&A

Q1: 전포대장에서 조종사로 전과하는 것이 흔한 일이었나요?

답변: 당시 육군에서는 전투 병과 장교들에게 항공 병과로의 전과 기회를 주었습니다. 하지만 지원한다고 모두가 되는 것은 아니었고, 신체검사와 비행 적성 테스트를 통과한 극소수만이 선발될 수 있었습니다.

Q2: OH-23 기종은 어떤 특징이 있었나요?

답변: '버블(Bubble)' 형태의 캐노피가 특징인 경량 헬기로, 시야가 매우 좋았으나 그만큼 조종사의 미세한 조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체였습니다. 기초 비행 원리를 배우기에 아주 적합한 기종이었습니다.

Q3: 훈련 중 퇴교당하는 인원이 실제로 많았나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비행 적성은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20명 남짓한 동기 중에서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본래 병과로 돌아가는 인원들이 매 기수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 자체가 엄청난 명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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