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핏(Cockpit)의 날카로운 소음, 그리고 은퇴 후의 낯선 정적

칵핏의 날카로운 소음, 그리고 은퇴 후의 낯선 정적

수십 년간 저의 아침은 늘 ‘비상’ 그 자체였습니다.
산불의 화마 속으로, 혹은 험준한 산악 구조 현장으로 출동하라는 지령이 떨어질 때마다 제 심장은 헬기 엔진 소리보다 먼저 요동치곤 했지요. 1분 1초가 생명과 직결되는 골든 타임을 사수하기 위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던 그 시절은, 은퇴 후에도 불쑥 찾아오는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되어 일상의 고요를 깨우는 날카로운 경고음으로 들리곤 합니다.

은퇴 초기에 마주한 이 평온함은 지독하게 어색했습니다.
아무런 지시도, 급박한 명령도 없는 시간들이 오히려 저를 불안하게 만들었죠. 하지만 저는 이제 좁은 칵핏 대신, 끝없이 펼쳐진 파크골프장의 푸른 잔디를 마주하며 새로운 이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파크골프와 AI 학습, 새로운 항로를 찾아서

삶의 고도를 낮추니 비로소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내와 나란히 걸으며 즐기는 파크골프는 저에게 단순한 운동 이상의 의미가 되었습니다. 공을 맞히는 순간의 집중력은 과거의 긴장감과는 결을 달리하는 ‘기분 좋은 몰입’을 선사합니다.

또한, 틈나는 대로 인근 문화 강좌에서 배우는 AI(인공지능) 학습은 저에게 새로운 비행 경로를 제시해 주었습니다. 헬기 계기판을 조작하던 손으로 챗봇과 대화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나만의 속도"를 찾는 법, 그것이 제가 은퇴 후 가장 먼저 익혀야 했던 조종법이었습니다.

마음의 평정을 위한 오늘의 체크리스트(Checklist)

이제 저의 일상 체크리스트에는 ‘긴급 출동’이나 ‘기체 점검’ 대신 다음과 같은 다정한 항목들이 채워지고 있습니다.

  1. 아내와 함께 크게 웃기: 거창한 농담이 아니더라도 일상의 사소한 대화에서 기쁨 찾기.

  2. 새로운 지식 한 가지 익히기: AI 활용법이나 파크골프 기술 등 배움의 끈 놓지 않기.

  3. 깊은 호흡으로 현재에 머물기: 과거의 경고음이 들릴 때마다 푸른 잔디를 보며 심호흡하기.

  4. 내 몸의 신호 살피기: 무리하지 않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며 '안전 비행' 유지하기.


나가는 글: 안전하고 평안한 제2의 이륙

저의 제2의 비행은 이제야 비로소 평안한 이륙을 시작한 것 같습니다.
혹시 저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물러나 정적에 힘들어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지금 바로 자신만의 '다정한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시길 권합니다.

삶의 목적지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새로운 항로 속에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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